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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부터 북한까지…文정부 ‘외교 첨병’ 수송기
    • 작성일2018/11/22 09:32
    • 조회 396

    세계일보

    2018-11-21

     

    뭉툭한 형태에 밋밋한 직선 날개, 거대한 프로펠러…. 언뜻 보면 투박하게 생겨 F-15K나 KF-16 같은 전투기보다 관심을 덜 받는 항공기가 바로 수송기다. 많은 물자와 인원을 싣고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날아가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전투기의 몫이었고, 수송기는 궂은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존재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송기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공군 수송기가 요즘처럼 높은 관심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는 군 관계자의 말처럼 재난 현장이나 남북 관련 행사 등 주요 사안마다 등장, 공군의 ‘슈퍼스타’였던 F-15K나 KF-16 전투기를 밀어내고 국민적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공군이 추진중인 대형수송기 도입 사업마저 온라인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정도다. 짧고 거친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수송기의 장점이 정부의 대외정책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 정부 대외정책 손발 역할 톡톡히 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재난구조 등 정부의 대외정책을 집행하는 선봉장 역할을 맡은 수송기는 C-130H다. 18t의 화물 또는 92명의 인원을 태우고 3789㎞를 날아가는 C-130H는 1988~1990년 12대가 공군에 도입됐다.

    지난 11일 정부는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C-130H 수송기 4대에 실어 평양으로 보냈다. 앞서 지난 7월 3일 남북 통일농구경기대회에 참가하고자 방북했던 우리측 대표단 100여명도 C-130H 2대를 이용했다. 


     

    평소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던 VCN-235 정부 수송기도 남북을 오갔다. 정부 주요 인사들(VIP)이 이용한다는 의미로 CN-235 앞에 영문 알파벳 V를 붙인 VCN-235은 5월 23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한 우리측 공동취재단을 수송했다. 당초 대통령 전용기라는 의미를 지닌 공군 3, 5호기로 불렸으나 2008년 3월부터 국무총리와 장관들도 이용하면서 정부 수송기로 불린다. CN-235 수송기에 귀빈용 좌석을 설치한 VCN-235는 최대 22명을 태우고 3500㎞를 비행할 수 있다.

     

    공군 수송기는 태풍 ‘위투’로 사이판에 고립된 국민들의 국내 이송에도 투입됐다. 10월 27일 새벽 현지에 긴급 투입된 C-130H 1대는 사이판과 괌을 오가며 10월 27일 161명, 28일 327명, 29일 311명 등 799명의 국민을 안전하게 이송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9월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일대에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하자 10월 8~26일 2대가 현지로 파견돼 220t의 구호물자를 수송했다. 도로 등 기반시설 파괴로 피해 지역에 구호물자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군의 수송기 파견은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현장은 관제를 비롯한 공항 시설이 파괴된 경우가 많다. 사이판 투입 당시 현지 공항은 활주로 주변에 잔해가 그대로 있을 정도로 태풍으로 대부분의 시설이 파괴된 상태였다. 하지만 비포장도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C-130H의 성능과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들 덕분에 현지에 고립된 국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는데 성공했다. 정부의 재난구호 외교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다.


     

    ◆ 대형수송기 도입 필요성 제기

    문제는 기존 수송기 전력으로 재난구호 등 장거리 비행임무를 수행하는데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전면전 대신 내전을 비롯한 소규모 분쟁과 재난 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선진국들은 비행거리가 긴 대형 전략수송기와 짧은 이착륙 거리 및 전천후 운용능력을 지닌 소형 전술수송기의 특징이 결합된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규모 전쟁 위협이 사라진 상황에서 선진국 공군은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명분으로 세계 각지에 수송기를 파견, 자국의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공군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공군이 현재 운용중인 수송기 가운데 장거리 임무에 투입 가능한 C-130H는 항속거리가 3789㎞에 불과하다. 개량형인 C-130J는 5250㎞로 다소 길지만 4대만 운용되고 있어 국내 소요도 감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노후화에 따른 결함도 적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공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C-130H에서 발생한 결함은 153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엔진을 교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결함도 있었다. 2013년에 도입된 C-130J도 같은 기간 44회의 결함이 발생해 운용 제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소형 수송기로 1994년과 2002년에 걸쳐 20대가 도입된 CN-235도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비행 중 엔진출력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엔진을 교환하는 등의 결함이 121건이나 발생했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A330MRTT 공중급유기 도입 등을 추진해온 공군은 C-130보다 큰 대형수송기 4대를 2021~2022년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재난구호는 물론 해와 파병 장병 수송 등 장거리 비행 소요가 늘어나는데 따른 것이다. 수송기 구매 사업은 ‘얼마나 많은 인원과 화물을 싣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므로 사업 추진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길지 않다는 게 군 안팎의 관측이다. 

     

    유력 후보는 유럽 에어버스의 A400M이다. 탑재량이 C-130의 약 2배인 37t에 달하며 116명의 병력을 태우고 8700㎞를 날아갈 수 있다.

     

    일각에서는 A330MRTT 공중급유기나 민간 항공기를 수송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A330MRTT가 38t의 화물과 300여명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지만 전문 수송기가 아닌 만큼 공중투하가 불가능하며, 탑재 가능한 화물의 높이도 낮다. A330 화물기 등을 비롯한 민간 화물기 도입이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제 IL-76이나 우크라이나제 수송기 도입 가능성도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미국 보잉의 C-17은 A400M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으나 2015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변수는 스페인과의 스와프 딜(Swap Deal·맞교환)이다. 스페인은 12~13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원회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T-1 초등훈련기?TA-50 전술입문기와 A400M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 스페인 국방부의 공식 제안을 받은 한국 방위사업청은 관련 사항 검토에 착수했다. 

     

    스페인은 당초 27대의 A400M을 주문했으나 경제 사정으로 13대를 해외에 매각할 계획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KAI는 훈련기 50여대를 스페인에 수출, 유럽 항공기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우리 공군은 A400M 4~6대를 도입해 수송기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력지원요소로 분류되는 수송기 도입은 군의 전력증강계획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산수출과 전력증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어서 향후 사업 진행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http://www.segye.com/newsView/20181121000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