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들여 자격증 땄는데..쓸 곳이 없다"
- 작성일2018/12/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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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018-12-03
“드론으로 농촌에 비료를 주면 7분에 200만원을 번다. 한 시간에 6번은 비행할 수 있다. 노후 대책을 위해 자격증을 꼭 따야 한다.”
가수 김건모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이 말을 꺼낸 뒤 드론 자격증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급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드론 자격증의 공식 명칭은 ‘초경량비행장치조종자 자격시험’이다. 2013년 시험을 처음 도입했을 때 121명이 응시해 26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지난 9월 기준 누적 응시인원은 1만1909명, 자격증 취득자 수는 7717명으로 늘었다. 이르면 올해 연말 취득자 수 1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김건모도 최근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데 드론 자격증이 노후를 책임질 수입원이 되리라는 그의 장밋빛 전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자격증 보유자들이 이를 사용할 일거리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드론 전문 기업 에어로다인의 이양규 대표는 “회당 50만원 안팎을 받는 농업용 방제 분야에서 그나마 수요가 있는데 이마저도 팀 단위로 움직이는 전문 방제단에 가입해야 일거리가 생긴다. 여기에 포함될 기회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300만원 들여도 쓸 곳 없는 자격증= 현행 드론 자격증은 기체 무게 12㎏, 이륙중량 25㎏을 초과하는 드론을 사업용으로 띄우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따야 한다. 14세 이상, 해당종류 비행교육 20시간 이상을 이수하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학과시험과 실기시험을 치르는데 관련 교육기관에서 일정 수준의 비행훈련을 이수하려면 300만~400만원 정도의 큰 돈이 든다.
문제는 이렇게 배출된 조종자들이 애써 딴 자격증을 썩히고 있다는 점이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서울과 제주도, 부산지방항공청 등 3개 기관에 등록된 이륙중량 25㎏ 이상의 사업용 기체는 100대도 안 된다”며 “그나마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의 조종 실력도 취미용 드론을 띄울 정도의 수준이라 산업 현장에 투입하려면 높은 난도의 기술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6년 전 자격 시험을 도입할 때 교육기관 대표들은 ‘대당 6000만~7000만원씩 하는 장비를 초보자들에게 함부로 맡길 수 없다’며 수강료를 높게 책정했다”면서 “지금은 기체 가격이 10분의 1도 안 되는데 학원비는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행은 자유롭게, 책임은 나 몰라라= 드론 조종자 수의 증가와 함께 불거지는 문제는 사고에 대한 책임 여부다. 이는 해외보다 느슨한 관리체계와 연관이 있다. 미국은 이륙중량 250g 이상 드론의 경우 무조건 기체신고를 해야 한다. 중국은 자체 중량 1.5㎏을 초과하는 드론의 경우 별도의 관리시스템을 통해 30초~1분 단위로 기체 위치를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현행 비사업용 드론은 자체 중량 12㎏ 초과 시, 사업용 드론은 무게와 관계 없이 기체신고를 하도록 돼있으나 비사업용이 대다수다.
비행 기록이나 소유주를 특정하기 어려워 드론 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전용 보험 체계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현재 메리츠화재, KB, DB, 롯데 등 일부 손해보험사에서 관련 보험을 취급하고 있지만 드론에만 국한한 개별 상품은 전무하고 특약을 통해 대인 최대 3억원, 대물 1억5000만원 수준의 보상체계를 명시한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드론 관련 상품 판매나 홍보에 그다지 주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회장은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드론 전용 상품을 출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공제조합형태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250g 이상 기체의 경우 사업용·비사업용에 관계 없이 소유주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사고원인조사부터 손해배상을 담보할 수 있는 보험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 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김흥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