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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리 프레임 깨고 방위산업 혁신 위한 3대 과제
    • 작성일2018/12/27 11:53
    • 조회 379

    2018-12-24

    아시아투데이

     


    ​​​■ 한민족의 공격적 유전자가 단기간 내 신흥 방산강국 이뤄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저서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에서 “경제적 기적을 이룬 한민족의 원동력은 해외시장에서 수출로 승부를 걸었던 한국 고유의 개방전략과 한민족의 독특한 기질이 담긴 유전자(DNA)에 있다”면서 “끈질긴 생존본능, 승부사 기질, 강한 집단의지, 개척자 근성 등 네 가지”를 들었다.
    한국이 40여년 만에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훈련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신흥 방산강국이 된 것은 선진국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방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면에는 한민족의 DNA가 작용했음을 김석동 위원장의 주장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위산업은 비리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다 내수도 포화상태여서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방위산업진흥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2017년 방산업체 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93개 업체의 매출액은 12조7천61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회원사의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전체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또한 0.5%로 제조업 평균인 7.6%에 크게 미달했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 방산비리 프레임 깨기의 출발은 ‘디브리핑 제도’ 조기 도입
    이를 극복하고 방위산업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되려면 먼저 방산 종사자들부터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업체 임직원들은 개발과정의 결함을 비리로 인식하는 잘못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더 당당해지고 필요시 언론 대응도 해야 한다. 방위사업청과도 잘 소통하여 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 육성이란 본연의 소임을 자각하고 업체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비리와 관련해서는 실무자선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함으로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 방산개혁 자문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정부와 업체 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비리 행위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크게 만들며, 업무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임치규 연세대 항공전략연구원 박사는 “정부와 업체 간 원활한 의사소통 및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debriefing(정보 청취) 제도’가 조기에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원가검증, 업체선정, 시험평가, 감사결과 등의 정보가 공개되면 정보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사업의 투명성이 강화되어 비리 발생 소지가 근원적으로 사라진다”고 그는 말한다. 
    일각에서는 “비리근절 대책은 지금처럼 해당분야 직무수행자 전체가 영향 받는 취업제한 기간 확대 같은 방안보다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가 직접 피해를 당하는 조치가 더 효과적이다”고 말한다. 즉 비리를 저지르면 퇴직 후에도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고 비리가 없으면 미래를 보장 받는 제도가 마련돼야 비리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수출형 방산 패러다임 전환 위해 ‘진화적 무기개발’ 정착 필요 
    방위산업이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도약하려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방 수요 위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 내수가 거의 충족된 상태이므로 수출로 활로를 찾지 않으면 방위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에 역효과를 초래하는 과도한 규제와 간섭은 과감히 개선하고 정부가 앞장서 지원하는 수출형 방산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방산 수출은 무기체계의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좋아야 활성화된다. 그런데 우리 제품은 성능은 우수한 편이나 가격이 비싸다. 전문가들은 “군이 높은 성능의 무기체계를 요구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고 결국 수출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진화적 무기개발’이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된다.
    그런데 이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필요한 무기체계를 대부분 자체 개발하다보니 주로 외국의 핵심기술과 부품을 가져다 체계 조립하는 수준에 만족해 왔다. 그 과정에 국내기술도 상당한 발전은 있었지만, 정작 우리가 어떤 분야의 기술들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기술 수준에 대한 전문적 조사를 거쳐 우리의 강·약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 강한 분야는 연구개발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약한 분야는 해외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특히 강점을 가진 완제품은 최초 개발부터 해외수출까지 고려해 추진하고, 부품 또한 글로벌 방산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되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 경쟁력 키우려면 ‘기술조직’ 운영하고 ‘신속시범구매제도’ 도입해야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방산비리 척결’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위산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학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양한 ICT 기술이 무기체계에 접목된다. 또한 무기체계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도로 높아져 심지어 생산원가의 80∼9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까지 있다. 
    따라서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의 획득방식은 개발에 성공해도 기술이 진부해져 의미가 없다. “기간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는 군이 과도한 성능을 요구하는 측면도 있지만 필요한 무기체계가 어떤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기술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무기체계 소요를 결정하는 현 구조가 사업관리에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따라서 기술에 정통한 민간전문가들이 대폭 참여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해 WBS(작업분할구조)에 근거한 기술 식별로 소요와 작전요구성능이 결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에 따라 국산화할 것인지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고, 그 내용이 담긴 제안요청서(RFP)가 만들어져야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발전 속도가 빠른 상용 ICT 기술을 국방에 신속히 적용할 수 있는 ‘신속시범구매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요 결정 이전에 시범 운용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고 신속한 예산 반영도 가능해진다고 한다. 현재 사이버 및 정보통신 분야 사업들이 제도적 미비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잦은 보직교체로 인한 비전문성, 비리 프레임 여파로 생긴 무책임성, 의사결정 지원체계 미비 등도 적절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책의 커다란 물줄기를 바꾸는 노력이 선행된다면 나머지 문제들은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제시된 과제들이 현 정부 하에서 제대로 구현되길 기대한다.

     

    김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