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러, 요격당하지 않는 '하이퍼소닉 미사일' 경쟁
- 작성일2018/12/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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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8-12-28
러시아가 26일 극초음속(hypersonic) 순항미사일 '아방가르드(Avangard)'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이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이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아방가르드 미사일이 러시아 남서부 지역에서 로켓에 탑재돼 발사됐으며, 이후 로켓에서 분리된 뒤 음속의 20배(시속 2만4480㎞)로 수직·수평 비행을 하며 6000여㎞ 떨어진 극동 캄차카반도의 한 훈련장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시내의 국방통제센터에서 이 미사일의 극초음속 비행을 지켜봤으며, "놀랍고도 완벽한 새해 선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올해 3월에도 아방가르드와 공대함(空對艦) 미사일 '킨잘(Kinzhal)' 등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개한 바 있다.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나는 극초음속 무기가 각국의 주목을 끄는 이유는 이들 무기가 핵탄두를 탑재한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저공(低空) 비행을 하는 크루즈미사일을 겨냥한 기존의 방어체제를 모두 무력화(無力化)할 수 있기 때문이다. ICBM도 음속의 20배 안팎으로 날며, 대기권 진입 시 탄두 속도도 음속의 17배에 달한다. 하지만 ICBM은 미리 정한 궤도를 따라 비행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본토로 날아오는 ICBM 궤도를 미리 계산해 대기권 밖이나 종말(terminal) 단계 등에서 탄두를 요격하는 미사일 체제를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유럽에 일부 배치했다.
극초음속 무기는 대기권 내인 8000~5만m 고도에서 음속의 5~20배 속도로 날아, 대기권 밖 요격체제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게다가 비행경로와 목표물을 수시로 변경하며 활공, 궤도 예측도 매우 힘들다.
또 극초음속 비행이라 음속 이하의 크루즈미사일을 상대하는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체제의 요격 능력 밖이다. 극초음속 무기는 공격뿐 아니라 첩보·감시·정찰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 전략사령부의 존 E 하이튼 사령관은 지난 8월 상원 군사위 증언에서 "이런 무기의 공격에 맞설 방어가 전혀 없다"고 시인했다.
중국도 지난 8월 '싱쿵(星空) 2'로 불리는 극초음속 비행체가 로켓에 탑재돼 예정 고도까지 올라간 뒤, 3만m 상공을 음속의 5.5~6배 속도로 6분 이상 날았다고 중국 군사매체 신랑군사망(新浪軍事網)은 보도했다. 지난 3월엔 중국이 음속의 25배까지 나는 비행체를 개발하기 위해 대형 풍동(風洞)을 건설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도 록히드마틴사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며,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 중이다. 미 안보저널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현재 개발 중인 무기는 2013년 5월 태평양 상공 약 1만8000m에서 음속의 5배로 날았던 X-51A '웨이브라이더(Waverider)'를 원형(原型)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B-52H 폭격기 날개에 탑재된 이 극초음속 비행체는 발사 26초 만에 음속의 4.8배에 도달해 370초간 비행했다. 미 공군은 이 극초음속 무기를 2023년까지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적국의 극초음속 무기를 탐지할 센서 개발에도 열을 올린다.
하지만 미국은 애초 2010~2011년 '팰콘(Falcon)'이라 이름 붙인 이 개발 프로그램이 계속 실패하면서 추진력을 잃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미 국방부엔 극초음속 경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국방기술 관료들은 '어차피 미국 기술력이 최고'라는 오만과 나태함에, 실패를 거듭하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한 관심을 한때 잃었다"고 보도했다.
- 이철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