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같은 벌떼 공격 현실로...'드론봇'이 최전선서 싸운다
- 작성일2017/12/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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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017-12-08
숲속 언덕에 식품회사의 대형 트레일러 한 대가 멈췄다. 트레일러에 실린 컨테이너박스에는 신선과일이 아니라 기계장치가 실려 있었다. 기계는 자동으로 움직이며 뭔가를 조립해냈다. 불과 4분여 사이에 블레이드 하나의 길이만도 약 7m인 대형 드론의 조립이 끝났다. 블레이드 16개를 가진 드론 조립과정에서 사람이 한 일은 딱 두 가지. 무선 조종기 조작과 탄알 벨트를 연결한 게 전부다. 숲에서 이륙하자마자 드론은 기관포를 갈겼다. 목표는 공군기지. 이륙하려던 전투기 편대가 몰살당했다. 활주로에 계류돼 있던 폭격기와 스텔스기, 레이더와 지대공미사일 포대도 기관포 세례를 받았다. 운용요원 두 명이 날린 드론 한 대는 대형 공군기지 전체를 깨뜨렸다.
위는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에 떠도는 3D화면의 동영상일 뿐이다. 조회 수 812만을 넘은 이 동영상에는 다른 장면도 나온다. 대형 컨테이너 차량 5대에 숨겨진 부품으로 조립된 초대형 드론은 부근을 항진 중이던 초대형 항공모함 함상의 함재기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같은 시간 똑같은 크기인 제2의 드론이 솟아올라 미사일을 쏴댔다. 결국 항공모함은 가라앉고 말았다. 12분짜리인 이 동영상에는 초대형 드론이 육군 기계화부대 기지 하나를 박살 내고 승용차에 견인된 트레일러에 내장된 드론이 요인의 저택을 폭파하는 영상도 나온다.
초대형 컨테이너 5개가 연결된 드론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는 동영상은 허구의 영역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엄청난 수량의 탄약과 미사일·로켓을 적재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런 드론을 만드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또 다른 동영상을 보자. ‘수송기가 수천 개 소형드론을 적진에 뿌린다. 작은 폭탄을 갖춘 소형드론은 각각의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한다. 소형드론의 집단공습을 받은 지역은 마치 메뚜기떼가 지나간 폐허처럼 초토화된다.’ 이 정도 기술 또한 현재 수준으로 구현해낼 수 있다.
드론은 모든 무인기의 총칭이지만 최근에는 복수의 회전익을 가진 무인기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로터 숫자에 따라 듀얼콥터(2개), 트리콥터(3개), 쿼드콥터(4개), 헥사콥터(6개), 옥토콥터(8개) 등으로 구분하는데 쿼드콥터형 무인기가 대세다. 조종이 상대적으로 쉽고 비행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쿼드콥터형은 초소형에서 초대형까지, 전지연료에서 수소연료까지 다양한 변형도 가능하다. 미국 보잉사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최대 5일간 체공이 가능한 초대형 드론의 공동개발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적도 있다.
쿼드콥터형 드론 기술 개발과 생산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민수용 드론의 70% 이상이 수천 개에 이른다는 중국의 드론 관련 기업에서 생산된다. 자기 돈을 들여 군용 드론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만도 200개가 넘는다. 특히 저가형 드론은 중국제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국이 아직 고급형 드론과 무장탑재형 드론 개발에는 뒤떨어진 상황이지만 기업 저변이 넓고 연구인력이 많은데다 정부 지원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세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사용 드론은 언제든지 북한에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드론에 대해서는 기초개념 연구 수준에 머물던 우리 군도 본격적으로 전력화에 나섰다. 드론과 로봇을 결합한 드론봇전투단을 신설해 미래 전장환경에 대응하려는 것. 우리 군은 이스라엘제 드론의 장점에 주목해 해외 도입 또는 추종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얼마나 지원될지, 국내외 기술을 총집합하면 어느 정도의 드론봇 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군의 의지와 목표만큼은 확고하다. 우선 내년 중 조직 3개가 생긴다. 육군 교육사령부에 드론봇군사연구센터가 신설돼 운용 개념과 탑재무기 체계 등의 연구를 맡는다. 동시에 정보학교에 드론봇교육센터를 설치해 드론봇을 운용하는 전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드론봇 전사는 업무 숙련도와 교육비 등을 감안할 때 전문 부사관이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부사관 등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는 대로 군은 드론봇전투단을 편성할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인 방침은 미정 상태다. 어느 정도 규모로 편성하고 군단과 사단·여단 등 어떤 단위부대에 쪼개어 배속할지는 드론봇군사연구센터에서 운용 및 작전 교리를 작성한 후부터 구체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작전의 유용성과 병사들의 안전 제고에 필요하다면 최소 전투단위까지 드론전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강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봇전투단 신설이 단순한 장비 구입 및 조직 신설이 아니라 군의 작전 양상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육군이 드론봇전투단 창설을 ‘5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육군은 드론봇전투단을 크게 세 개로 구분해 운용할 방침이다. 정찰용 드론부대와 공격용 드론부대, 로봇부대가 편성될 예정이다. 정찰용 드론부대는 은폐표적과 정밀표적 정보를 획득해 영상정보로 지휘부에 보내는 역할을 맡는다. 정찰용 드론부대가 자리 잡을 경우 군 포병전력의 타격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찰용 드론이 보낸 정보는 1차적으로 포병·공군 등의 장거리 타격에 활용된다. 드론봇전투단의 공격용 드론부대는 우선 소형폭탄으로 무장한 소형드론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드론은 가격 면에서도 다른 어떤 무기체계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봇전투단은 군이 추진하는 각종 무인화 경계 시스템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비무장지대(DMZ) 등에 수없이 깔려 있는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개발될 예정인 무인로봇도 무인정찰 차량, 원격조종 소형로봇 등과 더불어 드론봇전투단의 핵심 장비로 운용될 예정이다. 다만 드론봇전투단이 제자리를 잡는 데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정 환경과 각급 부대별 임무의 특성에 맞는 드론을 정찰용과 공격용으로 나누어 선정하고 개발 또는 수입하는 데만 최소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로봇 개발과 신뢰성 확보, 전력화에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본격 개발에 착수한 지뢰제거 로봇도 오는 2020년대 중반에서야 군 납품이 가능하다.
육군은 드론봇전투단을 워리어플랫폼과 더불어 ‘인력을 최우선자산’으로 여기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낳은 상징으로 꼽고 있다. 고위험 지역에서 인명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확실한 정보 획득이 가능한 드론봇 사업이야말로 군 병력감축으로 정예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군은 각급 연구기관과 더불어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문제는 예산이다. 우선 내년 예산에 별도 항목으로 잡히지 않은 상태다. 장비 구매가 본격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시기에도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드론봇 사업 역시 공허한 외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드론 선진국인 중국에서 북한이 기술을 습득하고 정밀제품을 사들이는 경우 남북한 드론 대결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