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최상의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美·中, AI가 모는 '벌떼 드론' 실전배치… 한국은 무방비
    • 작성일2019/06/04 09:13
    • 조회 347

    [조선일보]   

    2019.06.04.

     

    지난달 16일 경기도 이천의 육군정보학교. 육군이 개최한 드론 시연 행사에서 교관들이 각종 전투용 드론을 조종하는 시범을 보였다. 군은 이날 고성능 폭탄을 달고 적의 240㎜ 방사포 차량을 들이받아 폭파하는 '자폭형 드론'을 처음 공개했다. 우리 군의 첨단 기술을 보여주는 취지였지만, 모두 인공지능(AI)이 아닌 수동(手動)으로 비행하는 드론이었다.

     

    현장을 찾은 군 관계자는 "방송용 카메라 드론 날리기 기술 수준과 비슷했다"며 "미국·중국은 인간 통제 없이도 AI가 수십~수백 대의 전투형 무인기를 띄우는 상황인데 우리는 AI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러시아 등 주요국은 AI를 활용한 군사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 배치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3년 전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의 시험 비행장에서 '벌떼 드론'을 공개했다. FA-18 수퍼 호넷 전투기 3대가 소형 무인기 103기를 투하했고, 이 무인기들은 지상 통제소의 조작 없이 자율적으로 편대 비행을 실시했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AI 기술이 적용된 반(半)자율 드론을 실전 운용했다. 2013년에는 무인기 전력이 1만대를 넘었다. 후발 주자인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에 뒤진 재래식 전력을 AI로 따라잡겠다며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 스스로 판단해 전투하는 드론·전투 차량…AI 실전 배치하는 미·중·러

     

    AI가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이전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정확하게 적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사람보다 빠른 속도로 전장의 각종 정보를 수집해 대응 방안을 알려주기 때문에 전시뿐 아니라 군수·부대 운영과 같은 평시에도 군사적 활용 가치가 높다.

     


     

    중국은 지난 2017년 AI를 전략적 기술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최고 수준 도약을 계획했다. 미국이 벌떼 드론 공격을 시연한 지 1년 만인 지난 2017년 1000대의 중국형 벌떼 드론을 구현했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AI가 최적 비행경로를 제시해 적진에 효율적으로 침투하는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6세대 전투기는 적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보다 한 단계 진화한 전투력을 갖출 전망이다.

     

    러시아는 지상에서 소라트니크(Soratnik)라는 이름의 AI 무인 차량을 실전 배치했다. 2025년까지는 군사 장비의 30%를 AI 기반 로봇으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군 관계자는 "수백~수천 대의 AI 벌떼 드론이 한꺼번에 떠 작전을 펼치면 전장은 사람이 손쓸 틈 없이 초토화된다"며 "AI는 미래 전쟁의 '게임 체인저(중요 역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가 살상 무기의 진화를 돕는 도구로 쓰이는 데 대한 반발은 전 세계 과학계와 IT(정보기술) 업계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7년 미 국방부가 추진하는 AI 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내부 직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전장의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하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었는데, 이 기술이 무차별적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킬러 로봇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구글은 올해 3월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국내에서도 카이스트가 지난해 방산 업체 한화시스템과 공동으로 지능형 항공훈련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가 세계 과학자들이 킬러 로봇 개발을 우려해 카이스트와 공동 연구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한국은 AI 공격에 대응도 못 하는 '삼류' 수준

     

    문제는 AI 살상 무기의 윤리 논란과 별개로 군의 AI 기술 활용은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란 점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모든 군사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지만 적어도 외국의 AI 군사력에는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AI 활용은 '전무(全無)'에 가까운 게 우리 군의 실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AI 관점에서 봤을 때 2~3등급 수준"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안보 분야 AI의 선도 그룹으로 미국·중국·러시아를, 2그룹으로 유럽·이스라엘·일본 등을 꼽고 있다.

     

    향후 인구 감소에 따른 군 병력 감소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라도 AI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급격한 병력 자원 감소로 사람을 대체할 AI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이르면 2023년부터는 부족한 군 병력을 AI가 대신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연구포럼 사무국장은 "안보 분야의 AI 적용은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태이며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고 했다.

     

     - 양승식 / 최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