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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국가대표 컨벤션’ 뽑겠다” … 시작부터 제동 걸린 K-컨벤션, 왜?
    • 작성일2019/06/18 14:28
    • 조회 456

    [마이스산업신문] 

    2019. 06. 19.

     

    한국관광공사, 지난 14일 송도컨벤시아서 ‘K-컨벤션 정책포럼’ 개최


    BTS, 치맥, 피시방… 한국하면 떠오르는 국제회의는?

    문체부 제4차국제회의산업육성계획에 ‘K-컨벤션’ 명시

    올해 전국 10개 선정, 4천~1억3천 차등지급 “마중물”

     


    (지난 1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K-컨벤션 정책포럼’에 참석한 마이스산업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참관하고 있다. 사진= 박지연 기자) 

     

    학계 “관광벤처 본딴 매칭펀드 등 안정적 재정 수급부터”

    업계 “스타급 연사 초청 불가피… 차라리 판 더 키우자”

    기존 ‘지역특화컨벤션’ 이름만 바꿔선 “효과 없다” 지적도

     

    정부가 ‘국가대표 컨벤션(국제회의)’ 발굴·육성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최근 국내 마이스(MICE)산업 업계와 학계 물밑에서 논의 되던 주제인 ‘K-컨벤션’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스산업 각계 전문가들은 기대보단 우려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K-컨벤션,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14일 송도컨벤시아(107~109호)에서 한국MICE관광학회와 함께 ‘K-컨벤션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그간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해온 ‘지역특화컨벤션’이 올해부터 ‘K-컨벤션’으로 명패를 바꿔달고 국가대표급 컨벤션을 발굴·육성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포럼은 K-컨벤션사업을 구체화 하기 위해 학계,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럼장은 주최자, CVB, PCO, 유관기관, 학계 인사 등 100여명이 자리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K-컨벤션이란

    국내에서 개발한 ‘Made in Korea’ 컨벤션으로, 일회성 유치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컨벤션 수요 창출 및 관련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행사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 등 다양한 유망 콘텐츠를 소재로 글로벌화를 지향 하는

    컨벤션

    출처= 한국관광공사(2019.06)

     

    이번 포럼은 김철원 경희대 교수의 주제발표 ‘K-컨벤션의 발전 방향’을 시작으로, 두 가지 주제의 전문가 발표 세션으로 진행됐다. 세션1은 김대관 경희대 교수(전 한국MICE관광학회장) 사회로 ‘K-컨벤션 글로벌화 및 신규 유망 컨벤션 개발 방안’을 각계 전문가 7명이 발표했고, ‘K-컨벤션 발전을 위한 업계 참여 및 지원 방안’이란 주제의 세션2는 성은희 동서대 교수(사회)를 비롯한 6명의 전문가 패널이 맡았다.  

     

    K-컨벤션의 개념과 정책방향을 소개한 김철원 경희대 교수는 K-컨벤션을 “대한민국이 만들고 융복합된 시대적 트랜드를 반영한 지속가능한 글로벌 컨벤션”이라고 정의했다. 세부적으로는 전시와 컨벤션을 결합하고, 나아가 국제 마이스네트워크와 연계해 세계적 수준의 국제회의산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획서 공모전 개최 △K-컨벤션 액셀러레이터 지원사업 △성장 지원사업 등을 제안했다.

     


    (발언하는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오른쪽)와 이봉순 리컨벤션 사장. 사진=박지연 기자) 

     

    자체행사 발굴, 민간도 쉽지 않은데…”

    “현 ‘대행구조’에선 행사질 못 높일 것”

    창조관광모태펀드 본딴 재정모델 필요


    세계적인 국제회의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K-컨벤션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포럼에 참여한 패널들은 기존 지원제도인 ‘지역특화컨벤션’과 내용면에서 차별점이 없는데다, 치밀한 정책수립 과정 없이 K-컨벤션이라는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는 평가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강원국제회의센터 이사장 겸)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발굴해도 쉽지 않은 게 자체기획”이라며 “더군다나 정부의 소규모 지원제도로 국가대표급 자체행사를 발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적 안목으로 K-컨벤션을 위한 산업 기반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그는 관광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창조관광모태펀드를 벤치마킹 사례로 들었다.

     

    업계 역시 부실한 수익·행정 구조를 보강해야 K-컨벤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국제회의전시행사기획사 ‘리컨벤션’의 이봉순 사장은 현재의 ‘대행’ 시장구조를 꼬집었다. 정부 주도로 국비와 시비가 투입돼 만들어지는 행사에선 세계적인 국제회의의 아이템 발굴은 물론 내실있는 기획과 진행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올해 행사를 하면서 수정·보완해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데, (입찰공고가 한두 달 전 공지되는) 현 대행구조에선 준비기간이 한두 달에 불과해 지속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행사를 내리는 정부·지자체와 행사를 수행하는 PCO의 관계를 대행이 아닌 ‘파트너’로 전제할 것을 당부했다. 김용철 이즈피엠피 상무 역시 “공공부문이 행사에 관여하면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의 역할은 민간기업이 넘어졌을 때 뿌리를 받쳐줄 수 있는 토양”이라고 덧붙였다.

     


    (K-컨벤션 정책포럼. 사진= 박지연 기자) 

     

    지역특화컨벤션 수준의 지원으로,

    세계서 손꼽힐 국제회의 가능할까


    지난 1월 문체부가 발표한 ‘제4차 국제회의산업 육성 기본계획(2019~2023)’에 따르면, K-컨벤션은 전국에서 국제회의를 10개 이내로 선정해 4000만~1억3000만원을 차등 지원한다. 기존 지역특화컨벤션이 15개 내외 선정에 3000~5000만원을 차등 지원한 것에 비하면 지원금은 늘었지만, 지역대표급에서 국가대표급으로 옷을 갈아입은 데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규모다. 여기에 해외홍보 때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하고, 중대형 PCO업체를 통해 전문컨설팅을 제공하는 것 외엔 지역특화컨벤션과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일부 PCO 관계자에게서 ‘지역특화컨벤션으로 다보스포럼 같은 국제회의를 만들겠단 것이냐’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K컨벤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인 건, K-컨벤션이라는 무거운 주제만큼 각계의 현실적 고민과 해법이 뒤섞인 탓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정책포럼의 경우 ‘지원제도’에 방점을 찍으면 마중물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이해 되지만, ‘세계적 수준의 국제회의’에 주목하면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논제가 된다.

     


    (사진 왼쪽부터 하홍국 한국MICE협회 사무총장, 진선미 한국PCO협회 사무국장, 김송이 크리스앤파트너스 이사. 사진= 박지연 기자) 

     

    우려의 목소리는 마이스 업계 바깥의 시선 즉 언론계 패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터져나왔다. 매경미디어그룹의 최은수 박사는 “K-컨벤션이라는 개념부터 의문”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한국 컨벤션산업의 세계화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최 박사는 매일경제신문사가 주관하는 세계지식포럼과 MBN의 Y포럼을 진행한 경험에 비추어 국제회의에 ‘K-’를 붙이는 과업에 얼마나 치밀한 준비과정이 필요한지 설명했다.

     

    최 박사가 전제한 국가대표급 컨벤션을 만들기 위한 핵심 역량은 △평준화된 연사 시장을 감안한 ‘독특한 주제’ △고액의 초청비를 감당할 재정 능력 △초청연사에게 최고 경험을 선사할 프로토콜 △국제회의전문기획사, 협력업체, 호텔 등 파트너사와 협업 시스템 △투자 개념의 정부 지원 방식 등이다. 이 모든 도전적 과업을 ‘K-컨벤션 지원사업’에서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게 핵심이다.

     

    한국경제신문에서 마이스산업을 전담해온 이선우 기자는 컨벤션을 소비시장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기자는 “(컨벤션산업을 실행하는 주체인) 기업이 수익을 내야 K-컨벤션도 오랜 기간 선순환할 수 있다”며 “너무 공급자(주최자 혹은 정부·지자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국제회의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원제도’와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의견도 나왔다. 김성태 대구컨벤션뷰로 사무국장은 기존 지역특화컨벤션 지원사업을 마중물로 지역 대표 컨벤션으로 급성장 시킨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김 사무국장은 “지역특화컨벤션은 지원규모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컨벤션 수요 창출에 마중물 역할을 해온 건 분명하다”면서도 “주최기관의 능력과 의지 그리고 주제와 운영의 차별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컨벤션 정책포럼. 사진= 박지연 기자)

     

    한편 KOREA의 앞글자를 딴 ‘K-’는 K-Pop, K-Food처럼 한국 고유의 콘텐츠가 세계화 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꾸밈말이다. ‘K-Convetion’ 역시 컨벤션산업(국제회의)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다만 K-Pop 등 기존 ‘한류(한국의 유행)’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민간분야를 중심으로 세계화에 성공했다. 이를 벤치마킹한 정부는 한국의 대표 컨벤션을 정부의 행·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책의지를 밝힌 바 있다.

     

    최성욱 기자 one@micepost.co.kr

    출처 : MICE산업신문(http://www.mice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