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최상의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MICE효과 배가시켜줄 공간의 힘 “대세는 경험 중심 콘텐츠공간”
    • 작성일2019/09/25 09:33
    • 조회 332

    [MICE산업신문]

    2019. 09. 24.

     

    지난 18일 글로벌MICE연구회 조찬모임서
    “규모 경쟁 대신 콘텐츠 최적화 공간 필요”

    지난 1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MICE연구회. 사진=박지연 기자
         지난 18일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MICE연구회. 사진=박지연 기자

    5천석 규모 경기장, 5일만에 만드는 방법은?
    쌀집 ‘아코메야’ 일본가정식 판매해 ‘성공’
    접근성 낮으면 고객 이탈 줄일 요소 고민해야

    밀레니얼세대(millenials,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세대)가 마이스(MICE)행사의 주요 참가자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이 일상화된 시대에 전시장을 직접 찾는 사람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 거란 전망도 들린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세대를 전시장으로 유인하려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할 환경부터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기존 마이스시장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던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이스에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매개체로, 공간의 중요성은 여전할 테지만 고정된 형태와 기능을 가진 공간은 주제와 목적에 맞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요구받는다. 규모나 시설보단 참가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거란 말이다.

    이 때문에 유니크베뉴(Unique Vanue, 고유한 특색을 살린 특별공간)의 역할변신도 불가피해 보인다. 유니크베뉴는 참가자의 만족도와 재방문을 유도하는 데서 나아가 전시나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8일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 가든호텔(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글로벌MICE연구회(명예회장 임창열, 킨텍스 대표이사)’ 조찬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유럽과 국내의 마이스 공간과 동향을 살핀 이번 조찬회는 유니크베뉴를 단순히 숨어있는 곳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이스행사에 새로운 콘셉트를 제공하면서 생기까지 불어넣을, 이를 테면 한두 단계 더 격상된 개념으로 ‘공간의 미학’을 전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어려운 중소도시의 시선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다.

    “기존 공간에 콘텐츠를 구겨 넣으면 안돼”
    이주형 MKT포럼 대표 ‘MICE Activity goes like LEGO Blocks’

    이주형 MKT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이주형 MKT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2014년 캐나다 TED 컨퍼런스 현장. 벤쿠버컨벤션센터 내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4~5일. 600개 박스를 외부에서 조립해 내부로 가져왔다. 같은 해 피겨스케이팅 월드챔피언십이 열린 바르셀로나에는 5천석 규모의 경기장이 5일 만에 설치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답은 모듈러건축(Modular Building, 조립식 건물)에 있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이주형 MKT포럼 대표는 유럽의 사례를 들어 어디서나 마이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다. 조립 구조물을 레고블록처럼 배열해 작게는 수백 석에서 수천 석 규모의 시설을 중장비 없이 빠른 시일 안에 만들 수 있다.

    바이어를 상대로 열린 폭스바겐의 소형 해치백 ‘폴로(Polo)’ 설명회는 아예 물 위에서 열렸다. 콘텐츠와 어울리고 목적에 부합한다면 2000미터 산 위에도, 물 위에도, 기존 컨벤션센터나 광장에도 모듈을 활용해 공간을 생성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특정 장소에서 행사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콘텐츠를 잘 담아낼 공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콘텐츠를 기존 공간에 구겨 넣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TED2014(벤쿠버)는 벤쿠버컨벤션센터 내 무대와 객석을 모듈건축 방식으로 사나흘만에 완성했다. 사진출처= TED BLOG 공식홈페이지.

         TED2014벤쿠버는 벤쿠버컨벤션센터 내 무대와 객석을 모듈건축 방식으로 나흘만에 완성했다.

         사진출처= TED BLOG 공식홈페이지(blog.ted.com/how-we-built-our-pop-up-ted-theater). 

     

    메가 이벤트가 끝나고 난 후 가동률이 낮거나 없애지도 못하는 대형 건축물은 자칫 도시와 지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모듈을 사용하면 사후활용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행사가 끝나면 본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재는 재사용이 가능하므로 환경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모듈러 건축은 이미 유럽과 북미에선 10여년 전부터 시행돼오고 있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건축 여건과 관련 법이 맞지 않아 우리나라에선 시행하기 까다롭다. 이 대표는 “흔히 시장에서는 시간, 가격, 품질 세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 모듈러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 세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주최자와 공간 소유자 모두 고려해볼 만하다”고 전하며 끝을 맺었다.
     

    “이탈률 낮추는 강력한 콘텐츠, 지방도 경쟁력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로컬크리에이터가 바꾸는 도시의 미래’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기존 공간을 재해석함으로써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안은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사진)에게서 나왔다. 어반플레이는 도시콘텐츠를 기획하고 지역 콘텐츠를 발굴, 수집, 미디어화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도시재생과 관련해 홍 대표는 “효율성 위주의 도시개발 시대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공유, 연결이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고 운을 뗏다.

    눈에 띄는 변화는 과거 유통과 판매를 담당했던 소점포들이 경험 중심의 콘텐츠 공간으로 변화한다는 점이다. 연남동과 익선동에서 스타벅스를 찾아 볼 수 없는 이유도 사람들이 로컬 콘텐츠를 기대하며 동네(골목)를 찾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존에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던 소상공인들은 크리에이터가 되어야한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팔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지역의 핵심 비즈니스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나아가 개별적인 커뮤니티가 현실의 네트워크로까지 연결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온라인으로 유통과 소매시장이 넘어간 오늘날 중요한 건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경험을 원하는 세대에게 어떤 스토리와 경험을 줄 수 있느냐다. 홍 대표는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콘텐츠를 살리고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함께 비즈니스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판매와 유통을 담당했던 소점포가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내세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일본 AKOMEYA 전경. 사진=AKOMEYA 홈페이지
         일본 도쿄 ‘아코메야(AKOMEYA)’ 전경. 사진=AKOMEYA 홈페이지

    마이스산업, 지역 크리에이터와 함께 성장해야

    로컬크리에이터와 마이스산업은 함께 성장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유명한 도시를 방문하고 박람회를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사람들은 특정 서점이나 카페에 가보고 싶어 먼 도시를 방문하기도 한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작은 이벤트,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원한다는 말이다. 일본 긴자의 쌀집 ‘아코메야(AKOMEYA)’에 전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이유도 단순히 좋은 쌀을 판매해서가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선별된 쌀을 전시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서다.

    홍 대표는 “우리에게 왜 유명한 박람회나 이벤트가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마이스산업이 재정비되기 위해서는 박람회에서 탈피해 도시 이벤트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지역 크리에이터와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색있는 점(소점포)들을 연결해 선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면서 지역의 경험을 극대화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기회는 대도시보다 지방 소도시에 있으리라는 예상과 함께 홍 대표는 “한편에선 접근성을 고민하지만 이탈률을 낮추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있으면 지역의 창조산업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