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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기의 '전쟁과 평화'시대…'드론봇'이 전투하고, DMZ 지뢰도 제거한다
    • 작성일2019/09/26 09:10
    • 조회 376

    [UPI뉴스]

    2019. 09. 25.

     

    '무인 전투' 세계적 추세…한국도 첨단 과학기술 중심 군대 개편


    전쟁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무력충돌 끝에 상대 진영에 깃발을 꽂는 전면전은 이제 '비효율'에 가깝다. 전쟁의 통념을 깬 건 '소형 무인기(드론)'다. 지난 14일 새벽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이 초토화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미학적 기술의 진보로 평가받던 드론이 '사람 없는 전쟁'의 서막을 연 것이다.


    '게임 체인저'는 드론뿐만이 아니다. '무인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로 자리매김했다. 각국은 앞다퉈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다. 적군을 탐지하는 자율주행 로봇, 무인수색차량 등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육군은 지난해 9월 '드론봇'(드론+로봇) 전투단을 창설했다. 전투만은 아니다.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지뢰 제거를 위한 무인원격 조정장치도 현재 연구개발 중이다. '무인화 체제' 아래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국가핵심시설 드론으로 타격…'무인전쟁' 신호탄


    무인전투체계가 주목을 끈 건 중동 전선에서 드론이 위력을 발휘하면서다. 지난 14일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 시설 두 곳이 드론 10여 대의 공격을 받았다. 드론이 국가 핵심시설을 공격한 첫 사례다. 이로 인해 사우디는 전 세계 공급 물량의 약 5%에 달하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평균 19% 급등했고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 지난 14일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아라비아 부크야크에 있는 아브카이크 유전 내 정유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제공]


    이는 원유시설이 공격에 취약하다는 의미 부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통상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격언에 따라 각국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초음속 전투기 확보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장난감 같던 드론이 정찰용을 넘어 살상과 파괴 무기로 쓰이면서 전쟁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본격적으로 '무인전쟁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과 같다.


    뉴욕타임스(NYT)는 "예멘 후티 반군이 한대에 1만5000달러(약 1800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무기로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 3위인 사우디에 피해를 줬다"고 전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국방비에 투입해도 드론으로 인한 공격에 속수무책 당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영국 가디언은 "중동에서 드론은 고속 제트기의 제공권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라면서 "작고 값이 싼 무인기가 (공군력이 주도하는) 전쟁 공식을 바꿔놓고 있다"고 짚었다.


    미래의 기술발전 양상을 고려해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 어젠다를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일찍이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잠재력이 가져올 변화 규모와 범위, 복잡함은 인류가 이전에 경험한 것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예언했다. 사회적 대변화는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전쟁을 대비하는 국방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다.

     

    기술경쟁 가속화…한국도 미래전쟁 대비


    각국은 앞다퉈 기술 패권경쟁에 뛰어들었다. 무인기 분야의 선두인 미국은 정찰 및 공격용 무인기인 '프레데터'와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운용 중이다. 중국도 자체적인 스텔스 무인 공격기 '리넨' 등을 개발해 전력화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도 최근 무인 스텔스 정찰기 '수호이 S70 옥호트니크'(헌터)가 첫 비행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장 한반도를 둘러싼 '무인기' 전쟁이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 미국의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 [AP 뉴시스]


    한국도 미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육군에 실전 배치된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RQ-101)는 감시·정찰·표적 획득 등 이미 다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해군은 NLL 접경지역에서 감시 임무를 맡는 무인기를, 공군은 내년에 미국의 글로벌 호크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월 '저피탐 정찰용 무인 항공기' 도입을 장기 신규 소요 사업으로 편성하고 운용 개념 연구에 착수했다. '저피탐'이란 탐지가 잘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말한다.


    군 전반의 전력구조 개편도 이뤄진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7년 35만 명 수준이었던 20세 남자 인구는 2022년 이후에는 22만∼25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현역 자원 감소와 첨단 무기의 발전이 맞물리는 상황을 고려해 첨단 과학기술이 중심인 군대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육군은 지난해 9월 '드론봇' 전투단 창설에 이어 향후 군단부터 대대급까지 모두 드론봇 전투부대를 편성할 예정이다. 드론교육센터에서는 이미 드론 조종사와 교관을 양성하고 있다.

     

    DMZ 지뢰제거에 무인기 투입 예고


    평화체제 유지에 무인기 등 첨단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에 따르면 비무장지대(DMZ)에만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과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까지 지뢰지대는 여의도 면적의 40여배에 달한다.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전방사단 11개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200년 가까이 걸린다는 게 육군의 설명이다.


    안전성과 속도를 보장하는 게 무인지뢰 제거체계다.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드론을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고 탐지하는 무인지뢰 제거체계를 연구개발 중이다. 드론이 지뢰지대 상공을 비행하면서 지뢰가 탐지된 장소를 GPS 장비를 통해 기록한다. 이어 지뢰가 묻혀 있는 곳에 폭발물을 설치하면 통제소에서 원격으로 터트려 지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는 남북 평화 분위기에 따른 문화재 및 유해 발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인화된 첨단 기술이 쓰임에 따라 전쟁과 평화를 연출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 드론봇 전투단 장병들이 부대 인근 활주로에서 드론과 로봇 운용기술을 숙달하고 있는 모습. [육군 제공]

     

    "국방 안보도 대변환…안정적 체계 구축해야"


    류태규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첨단기술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국방연구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보다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융합하고 변화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대전환"이라면서 "국방 안보분야도 대변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국방연구개발은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민간과 함께 협력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연구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무인화가 미래 추세인 건 분명하지만 기술이 상당히 복잡하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정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인기 테러의 경우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지만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서 안정적인 체계를 갖추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능력이나 개발 단계는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소형무인기를 포함한 군사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이현 기자 -

    http://www.upinews.kr/news/newsview.php?ncode=1065573651384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