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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톱10 방산키우자..몸집 불려야 해외서 승산 있어
    • 작성일2019/10/07 11:37
    • 조회 492

    [뉴스1]

    2019. 10. 05.

     

    [갈길 먼 방산强國⑥]美 M&A로 대형화 추친..英 1개사로 통합
    과당경쟁에 경쟁력 잃은 韓방산..수출 위해 대형화 필수적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도약과 퇴보의 갈림길에 놓였다. 무기개발 예산확대로 도약의 기회가 왔지만 과거의 규제 일변도 제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 방위산업 모델에 비하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주국방은 물론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방산 부문이 풀어야할 숙제를 짚어본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올 6월 미국 방산업체인 레이시온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UTC)이 합병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 록히드마틴을 바짝 뒤쫓는 세계 2위권 방산업체 탄생을 눈앞에 뒀다. 미국 방산업계에선 지난 3년간 5건의 대형 인수합병(M&A)이 발표됐다. 이미 세계 방산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업체를 통합하며 '방산 대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주요 업체 중심의 대형화보다는 분야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작은 내수 시장에서 80여개 방산기업이 존재하다 보니 구조적 과당경쟁에 시달리며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인지도 높은 글로벌 톱10 수준의 방산기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韓방산 89개사, 15조원 국내시장서 경쟁…美록히드마틴 매출만 60조원

     

    5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가가 지정한 국내 방위산업업체는 89개사로 이 중 대기업 20개사, 중견기업 14개사, 중소기업 55개사로 구성돼 있다. 분야 별로 수개의 방산회사가 15조원(올 방위력개선사업 예산)원의 국내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 1위 록히드마틴의 지난해 매출이 505억달러(60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은 턱없이 작은 규모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방위산업의 전문화·계열화 정책을 폐지하면서 업체 간 과당경쟁을 부추겼다. 전문화·계열화 정책은 군수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신규 업체 진입을 제한하고 기존 업체에는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이를 없애면서 기회는 균등해졌지만 중복투자와 저가입찰이 유발되는 한편 무자격업체가 난립하면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저하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美 지속적 M&A로 '빅6'로 재편…英 1개로 통합·獨 부문별 1사로 대형화

     

    이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방위산업 선진국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미국은 1993년 윌리엄 페리 국방부 차관이 '마지막 만찬'(Last Supper)이라 불리는 방산업체 고위직 만찬장에서 통합을 장려하면서 방산 대형화 작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는 통합에 든 비용까지 획득사업 계약과정에 반영하는 등의 정책으로 적극 지원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레이시온,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날개를 달았다.

     

    현재도 미국 내 방산업계의 M&A는 활발하다. 2017년 9월 노스럽그러먼이 오비탈ATK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3위 업체로 뛰어올랐고, 2018년 4월엔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CSRA를 인수해 덩치를 더 키웠다. 2018년 10월 LS테크놀로지는 헤리스와 합병하면서 미국 방산업체는 '빅6'로 재편됐고, 올 6월에는 레이시온이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합병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2위를 예약한 상태다.

     

    영국은 항공기, 방산전자, 지상장비, 함정 등 국방 획득 전 분야의 업체들을 BAE시스템즈로 통합했고, 이 회사는 2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거두는 글로벌 톱10 방산회사로 성장했다. 독일은 항공기, 유도무기, 방산전자, 지상장비 등 주요 방위산업을 각각 EADS, MBDA, ESG, KMW 등 분야별 1개의 체계업체로 통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스라엘은 아예 국방과학연구소를 국영 방산기업 '라파엘'로 재편해 운영하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한화·KAI 덩치 키웠지만 글로벌 수준 못 미쳐…"수출 위해 대형화 필수"

     

    국내에서도 한화그룹이 2015년부터 꾸준한 인수합병으로 종합방산업체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는 삼성과 진행한 빅딜로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두산에서는 두산DST를 가져와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한화 방산부문 등으로 재편했다. 기존 탄약·정밀유도무기사업에서 자주포·장갑차·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까지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기준 27위까지 뛰어오른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역시 IMF(외환위기) 이후 적자에 시달리던 대우중공업,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현대우주항공 등 항공기 제조업을 하던 3사를 정부 주도로 통합해 국내 유일의 항공기 개발·생산업체로 성장했다. 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실장은 "IMF 직후 항공관련 회사들은 가격경쟁이 워낙 심해 밑지고 장사해야 하는 위기에 몰리는 등 부작용이 심했고, 투자 여력은 실종된 상태였다"며 "통합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KAI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와 KAI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방산기업이 합병을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주요 방산업체의 덩치를 키워 해외 공약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작은 내수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방산업체들은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낮은 인지도로 선진국을 공략하는데 고전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최근 2025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10에 진입하겠다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한 이유기도 하다. 한화그룹 방산계열사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5조원의 넘기는 수준이다.

     

    안영수 한국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 센터장은 "다른 국가의 방산업체들이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 방산업체들도 해외시장에서 싸우기 위해선 글로벌 수준에 맞춰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대형방산업체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면서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개발 말고도 해외 무기 도입이라는 충분한 대체재가 있는 만큼 경쟁체제는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위산업은 일반 산업과 달리 정부의 원가 검증, 품질 관리 등 이중삼중의 감시 기능이 있는 만큼 독과점의 폐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방산업체를 키우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M&A에 대해 결합승인 심사기준 완화, 인센티브 지급 등을 제도화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유럽에선 국경을 뛰어넘은 방산기업 간 통폐합도 존재한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업계 간 자율적으로 M&A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송상현 기자 -

    https://news.v.daum.net/v/2019100510100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