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부족분 첨단무기로 보완… ‘안보 불안’ 해소 숙제
- 작성일2019/12/24 09:14
- 조회 386
[세계일보]
2019.12.23
인구절벽이 부른 軍 조직 개혁 / 2040년 가용 병력 17만여명 불과 / 여성 징집해도 병력 유지 어려워 / 군 전투 집중… 지원분야 민간 확대 / 일각 “지금 추진 개혁안 역부족” / 軍내 자리싸움·정치권 논리 밀려 / 누더기 결과 나올 가능성도 있어
현실화된 ‘인구절벽’이 보수적인 군 조직에도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 오고 있다. 국방부가 ‘국방개혁2040’(가칭) 연구를 시작한 것은 인구 구조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친 환경변화에 맞춰 안보태세를 재정립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군은 부족해지는 병력을 전투분야에 집중하고, 첨단 무기체제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22일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국방개혁 2040 마련을 위한 주요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내년 조직 개편과 함께 본격적인 개혁안 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군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에 어떤 식으로 대비책을 세울 것인가, 기술 발전 문제와 주변 정세를 어떤 식으로 고려해야 할지 연구 구조의 틀을 짜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인구절벽 심각… 여성 징집해도 유지 어려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다. KIDA는 병역자원이 2018년 35만명 수준에서 2025년에는 23만명 수준, 2037년에는 2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연구원은 주요 병역자원인 19∼21세의 남성이 2019년 100만4000명에서 2023년엔 76만8000명으로 1차 급감하고, 2030년에서 2040년간 70만8000명에서 46만5000명으로 2차 급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10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병역자원 중 약 37.9%만이 군 복무 중으로 2040년엔 가용 병력이 17만60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좀 더 기초적인 인구 통계를 살펴보면, 통계청의 ‘장래인구 특별추계’는 2021년 남아 14만9000명, 여아 14만1000명 등 29만명(중윗값 기준)의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저위추계(최저값)를 기준으로 하면 출생 남아 수는 12만6000명, 여아 12만명으로 24만6000명에 그친다.
현재 병역법 기준으로는 2021년 출생 남아가 2040년 19세로 징집 대상이 된다. 2040년 이후엔 19세 남성은 물론 여성까지 전원 징집된다고 해도 현재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기 벅차다.
병력 부족의 대안으로는 모병제가 제시된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모병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군 내부에서도 병력이 40만 이하로 감소하면, 징병에 가능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모병제라고 해도 병력 감소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IDA 관계자는 “징병제든 모병제든 병력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징병제도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지만, 경제 인력도 부족한 미래에, 절대다수의 청년을 군사 자원화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무인화·군사체계 개편… 국방비 인상 필요
결국 국방개혁은 병력 감소와 기술 발전에 초점을 맞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개혁안 마련에 있어 변화가 몰고 올 안보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도 따라붙는다.
병력 감소는 군 구조 개편을 동반한다. 병력이 급감하면 지금처럼 작전사령부-군단-사단-연대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 소규모 부대 단위 인력 조정도 불가피하다. 군은 부족한 병력을 첨단무기로 대신할 계획이다. 전략 차원의 무인 폭격기·정찰기·전차가 도입되고, 분대 차원에서는 4족 보행 로봇, 소형 드론, 지뢰 제거 로봇 등이 인력을 대신할 수 있다. 군은 보병 분대 인원을 4명까지 줄이고, 나머지를 로봇이 대체하는 방안까지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을 높이는 ‘워리어 플랫폼’도 더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육군은 2021년 이후부터 군단에서 대대에 이르는 모든 부대에 드론봇 전투부대를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수백 대의 드론을 동시에 이륙시켜 표적을 타격하는 군집드론 기술도 고려되고 있다. 개념단계이지만 조종 인원을 3분의 1로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무인화하는 차세대 전투차량(NGCV)도 연구되고 있다.
2040년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하기 힘든 만큼 개혁 마스터 플랜은 최대한 앞당겨 완성할 필요가 있다. 첨단 무기체계 도입에 따른 국방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중요한 논의 분야다.
병력 감소에 맞춰 군 분야의 민간 참여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에서는 민간인력을 2만1000명 정도 확대 활용하도록 했다. 군인은 전투 임무에 집중하고 후방 지원은 민간이 맡는 식이다.
지정학적 변수도 고려 요인이다. 일본과의 관계 악화, 중국의 남방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작전 반경을 넓히는 해·공군력 강화가 유력시된다.
◆정치·내부 반발 변수… 시간 걸릴 듯
군은 이미 인구 부족에 따른 병력 감축의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국방개혁 2.0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지금 추진 중인 국방개혁은 2.0이라기보다는 1.5 버전에 가깝다”면서 “보다 장기적 차원의 계획을 담지 못해 안타깝다. 병역자원 감소가 뻔히 보이고 미래 전장 환경도 생각한다면 지금의 군 구조를 근본적으로 검토해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방개혁은 예견된 셈이다.
군 개혁은 정치논리와 내부 반대에 번번이 부딪혀 왔다. 일례로 병력 부족이 발등의 불인 군은 문화·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를 폐지하려 했지만 결국 지난 11월 소폭 감축하는 선에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폐지는커녕 확대를 요구하는 정치·사회 논리에 밀려 현상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는 후일담이다.
국방개혁 2040도 ‘필요하지만 내 때는 안 된다’는 방어논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표심을 염려하는 정치권과 인력 재편에 따라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군 내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자칫 ‘누더기’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실제 국방개혁2040이 조기에 완성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엄형준·박수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