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전문성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최상의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등만 살아남는 무기의 세계
    • 작성일2020/01/21 09:26
    • 조회 353

    [이코노미조선]

    2020.01.20

     

    YF-23은 YF-22(현 F-22)보다 스텔스 성능은 좋았지만 무장 효율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ATF(고등 전술 전투기) 사업에서 패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YF-23은 YF-22(현 F-22)보다 스텔스 성능은 좋았지만 무장 효율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 ATF(고등 전술 전투기) 사업에서 패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모든 생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한다. 동물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식물도 물이 있는 곳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햇빛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작거나 음지에 있으면 도태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설령 복지 체계가 갖춰졌어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산다는 것은 원하지 않더라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쟁과 이로 인한 차별을 악으로 규정하며 평등을 외치는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사실 자리나 기회가 한정돼 있으므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승자의 위치에 선 사람보다 그러지 못한 이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승리한 1등이 주목받고 나머지는 아웃사이더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법칙은 군사 분야에서 더욱더 철저하게 적용된다. 패해도 은메달이라도 딸 수 있는 운동 경기와 달리 전쟁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뜻하므로 세상사 어느 분야보다 1등이 되기를 원한다. 특히 좋은 성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의 세계에서 그러지 못한 존재는 머지않아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경우 구식이라도 운행에 문제가 없다면 목적지에 갈 수 있지만, 무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박물관에 전시 중인 조총도 여전히 살상 능력이 있으나 이제는 전투용 무기로서의 가치가 없다. 양보다 질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현대전에서 상대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들고 싸워서 이기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1893년 10월 25일, 짐바브웨 샹가니에서 있었던 전투는 무기에 의해 승패가 결정된 대표적 사례다. 5000여 명의 원주민이 700여 명의 영국군을 공격하면서 3시간 동안 전투가 벌어졌는데, 영국군 전사자는 4명이었지만 원주민은 무려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창을 들고 달려든 원주민들이 4정의 기관총에 추풍낙엽처럼 쓸려갔다.

    현대전도 마찬가지다. 2006년, 5세대 전투기인 F-22가 4세대 전투기인 F-15, F-16, F/A-18 등을 상대로 한 모의 공중전에서 무려 144 대 0의 성적을 거뒀다. 훈련이었지만 모든 전문가를 경악하게 만든 엄청난 결과였다. 이처럼 승리를 위해 좋은 무기가 필요하다. 따라서 작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성능이 뒤처진 무기는 퇴출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체 군수 시장의 규모가 큰 미국은 참여 업체도 많고 이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좋은 무기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획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업체들은 상업적 이익이 우선이므로 그들이 개발한 무기가 채택될 수 있도록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 결과 각종 무기 획득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탈락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 있었던 사례를 들자면 ATF(고등 전술 전투기)의 후보였던 YF-23이나 JSF(통합 타격기)에 도전한 X-32는 시대를 선도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지만 자신보다 좀 더 나은 경쟁자로 인해 고배를 마셨다. 경합에서 승리한 F-22나 F-35와 달리 이들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한 채 이제는 단지 박물관에 놓여있을 뿐이다.

     

    LWF(경량 전투기) 사업 당시 경쟁을 벌인 YF-16과 YF-17. 경쟁에서 패해 사라질 뻔한 YF-17은 미 해군의 F/A-18 전투기로 환골탈태하면서 부활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LWF(경량 전투기) 사업 당시 경쟁을 벌인 YF-16과 YF-17. 경쟁에서 패해 사라질 뻔한 YF-17은 미 해군의 F/A-18 전투기로 환골탈태하면서 부활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美 해군 전술기로 부활한 YF-17

    그런데 극히 예외적으로 패자가 멋있게 부활하는 경우가 있다. 1970년대 초에 실시된 미 공군의 LWF(경량 전투기) 사업에서 YF-16(현 F-16)에 밀려났지만, 해군의 다목적 전술기인 F/A-18로 재탄생한 YF-17 코브라(Cobra)가 대표적이다. 사실 LWF 사업에서 YF-17이 패했지만, 평가자들도 아쉬워했을 만큼 성능으로는 YF-16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처럼 무조건 많이 만들어서 일선에 공급해야 하는 전시가 아닌 이상 아무리 좋더라도 두 기종 모두 선택받을 수는 없다. 결국 차이가 없는 성능 대신 가격이나 일선에서의 선호도 등이 승패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그렇게 1등만 살아남으면서 YF-17은 무기사(史) 뒤편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F-14 전투기를 보조하고 A-6 공격기를 순차적으로 대체할 다목적 함상 전투기가 필요했던 미 해군의 눈에 YF-17이 들어왔다. 해군은 YF-17이 쌍발기(발동기가 두 개 달린 비행기)여서 작전 효율이나 유사시 안정성이 좋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을 거친 후 F/A-18로 멋지게 환골탈태했다. 그렇게 변신한 F/A-18 시리즈는 현재도 주력기로 활약 중이다.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므로 1등이 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YF-17의 사례에서 보듯이 나중에라도 빛을 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설령 1등이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냥 포기해서 사장되거나 사라진 기술을 나중에 회복하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2&t_num=13608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