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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향한 기존 시야 탈피…‘세계적 軍’ 도약 전환점 돼야
    • 작성일2018/09/20 12:51
    • 조회 379

    국방일보

    2018-09-19

     

    9월 18일과 19일 전 세계와 대한민국 국민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 간에 어떠한 모습들이 이뤄지고 어떠한 합의문이 도출될지 집중했다. 3000명가량의 내외신 기자가 모여 정상회담을 실시간 취재해 전 세계로 소식을 전하는 모습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대형 행사에서나 볼 수 있듯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가 얼마나 이번 정상회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남북정상회담 시작 전에 회담과 관련한 설명에서, 양국 정상 간 합의가 될 내용은 물론 일정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확정된 바가 없으며, 비핵화를 둘러싼 양 정상 간의 합의도 ‘블랭크’라고 표현하듯이 예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외의 관심은 크게 양 정상 간 심도 있게 다룰 3가지 주제였던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내용,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지대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그리고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 간의 합의 도출이었다. 정상회담 이틀째인 19일 오전에 남북 정상은 두 번째 회담을 마치고,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오찬 전에 남북 정상 간 도출한 합의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첫 번째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합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정상화, 공동 경제특구와 관광특구 개발, 3·1운동 100주년 공동 행사, 10월 중 평양 예술단의 서울 공연, 환경 및 전염병 등 보건의료분야 협력,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추진, 이산가족 상시 면회소와 서신 왕래 추진 등 양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설명했다. 

     

    두 번째로, 군사 분야 합의서에서 합의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회견장에서 강조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지대의 출발점을 알리는 사항들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서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 내 GP 시범철수, 공동 유해 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 및 가동,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중지, 해상에서는 특정 수역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 및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 공중에서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 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사격 등 실탄 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 금지 및 고정익 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전선은 40㎞, 서부전선은 20㎞, 회전익 항공기(헬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지역 15㎞, 서부지역 10㎞, 기구는 25㎞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세 번째로, 비핵화 방안으로 유관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쇄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이다. 다만 북측은 비핵화 조치와 관련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할 경우 해당 조치와 추가 조치를 할 것으로 밝혔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첫째로, 평양 공동선언의 발표시간이다. 공동선언을 예상되던 여유 있는 오찬 후 시간이 아닌 정오 전에 발표한 것은, 해당 시간이 미국 시계로 자정 전인, 즉 유엔총회가 진행 중인 뉴욕과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의 시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이번 평양공동선언에는 판문점 선언에 포함됐던 종전 선언과 관련한 문구와 내용은 빠져 있다. 이는 비핵화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의 참여 없이, 남북 사이의 종전선언 관련 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비핵화와 관련한 일정한 수준의 북·미 간 구체적 실행이 나오기 전인 상황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 정상이 만났지만, 테이블 한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회담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남북 군사적 긴장 조치 완화의 속도감 있는 전개이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조치 전에 무장해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양국 간 군비 경쟁과 지속적인 군사 긴장의 증대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이러한 양국 간의 긴장 완화 조치 등이 미·중 갈등과 동북아 군비 경쟁 등의 상황에서 국방예산 감축이나 군 전력 등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면 된다. 대북 지향적인 군사전략과 군사훈련 등이 동북아시아 영역으로 확장되고 다양화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넷째로,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별일 없는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다. 북한 정상의 첫 서울 방문이란 점에서 예상되었지만 역시 가장 주목을 끌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광화문과 경복궁, 강남과 홍대를 누비는 모습 및 일반 국민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모습은 아직도 상상하기 어렵다. 

    해외 투자와 수출에 의존하는 개방된 무역국가인 우리에게는 ‘평화가 경제’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제이다. 또한 개성공단 등 남과 북의 공동 경제 발전은 여러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양국 간의 평화 공존이 무장해제나 군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국군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지대 만들기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기초로, 강력한 자주국방을 기치로 세계적인 군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시기가 온 것이다. 

     

    비록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와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경계심은 유지해야겠지만, 대한민국 국군에게는 좁은 시야에서 북한만을 대비하던 전력과 전략을 벗어나서, 이제는 세계적인 전력과 인적 자원을 갖춘 군으로,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의 다양한 위협을 마주하고 대비하는 방향으로, 세계로 뻗어나는 군으로 발전하기 위한 전환점과 도약의 시기가 다가왔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일 것이다. 

    군의 지도부와 장병들은 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는 시기라는 잘못된 접근법을 지양하고, 세계적인 군으로 전략과 전력, 시야를 발전시키는 전환점으로 삼아 도약하면 될 것이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