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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산비리’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작성일2018/11/06 09:36
    • 조회 417

    2018-11-06

    뉴스투데이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모델로 삼은 것은 방위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경공업으로는 방위산업을 육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중화학공업은 곧 방위산업이었고, 방위산업은 그동안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기반으로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감당해 왔다. 

     

    그 결과 4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미사일은 물론 함정, 잠수함, 고등 훈련기까지 생산하는 신흥 방산 강국이 됐다. 방산전문가들은 “방산 선진국들조차도 4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와 같은 방위산업 역량을 구비하지는 못했다”며 “이러한 사실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① 오해=방산비리는 업계의 고질병 VS. 진실=역대 정권의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당시 “방위산업에서 리베이트만 없어도 국방예산의 20%가 절감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방위산업은 순식간에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방산비리를 뿌리 뽑는다”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됐고, 이로 인해 방산 수출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는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해군 함정(통영함)이 세월호 구조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을 조사하면서 소나(sona) 구매사업 비리가 드러났고, 이어  국방기술품질원에서 241개 업체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사실을 적발해 무더기로 징계한 내용과 부실장비 납품 및 결함사항 등이 언론에 빈번히 보도됐다.

    그로 인해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는 대통령의 질타와 함께 2014년 말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설치됐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면서 거의 마녀사냥에 가까울 정도로 방위산업 종사자들을 코너로 몰아 설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전 해군 제독, LIG넥스원 연구원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은 장성급 인사만 10명을 재판에 넘겼고, 1조원 대의 비리를 밝혀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1조원은 비리관련 사업의 총 예산 규모이지 실제 비리 액수는 아니었고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참의장 등 핵심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무죄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② 오해=거물급 군 인사 사법처리 홍수 VS. 진실=방산비리 무죄율 50% 

    금년 9월 한국방위산업학회가 방산비리 처벌 현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방산비리로 구속된 34명 가운데 17명이 무죄 판결(2심 기준)을 받았다. 구속 후 무죄율 50%는 일반 형사소송 무죄율 3%보다 훨씬 높다.

    연구를 담당했던 국방대 최기일 교수는 “구속 후 무죄율이 방위사업 분야에서만 이렇게 높게 나오는 것은 그동안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반증이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수사 성과에만 급급해 무리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데다, 해외에 거점을 둔 무기중개상은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는 수사력의 한계도 드러냈다.

    방산비리 여파로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2006년 창설 당시에 비해 사업 수는 225건에서 327건으로 45% 늘어났지만 사업 실무인원은 줄고 감시·감독 인원만 대폭 증가하는 기형적 조직이 됐다. 방사청이 제출한 금년도 국감자료에 의하면, 방사청 전체 인원 1591명 중 303명(19%)이 감시·감독과 관련된 인원이다.

    ③ 오해=국내 방산업체가 비리 온상 VS. 진실=대부분 해외무기 도입 비리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방산비리 수사의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방산업체는 원가 검증까지 받아 비리가 거의 없는 반면 대부분의 비리가 해외무기 도입에서 발생하는데 수사는 국내 방산업체를 겨냥한다”며 “감시·감독 공무원 숫자가 늘면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비리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감사나 수사기관은 해외도입 비리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사의 어려움도 있어 단기간에 성과내기 좋은 것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부 방산업체는 영업이익의 50%를 소송비용이 차지할 정도”라고 지난달 열린 방산정책 세미나에서 언급했다.

    언론 또한 방산비리 프레임 형성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 상당수는 국내 방산업체의 비리가 아니라 해외 무기도입 과정에서 외국계 방산업체의 국내 에이전트나 무역대리점에 의한 이른바 ‘무기중개상’의 문제였다. 일부 국내 방산업체의 비리는 개발 및 시험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나 결함사항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④ 오해=방산비리 사실 보도 VS. 진실=개발과정의 착오나 결함도 비리로 포장

    그럼에도, 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무기중개상이 관련된 해외 무기도입 사업의 비리와 국산장비의 성능 미달 및 장비 결함까지도 마치 국내 방산업체의 비리인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무차별 보도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것은 ‘방위사업(防衛事業)’과 ‘방위산업(防衛産業)’의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빚어지는 혼란에 기인한다. 최기일 교수는 “해외 및 국내에서 무기체계를 획득·조달하는 방위사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기체계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국내 방위산업이 혼재되어 ‘방산 비리’란 명칭으로 사용되다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용어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는 대다수 국민과 언론들은 방위사업과 방위산업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 결과 국내 방산업체가 모든 비리의 주범인 것처럼 잘못 이해되어 국민들 사이에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싹트게 됐고, 방산하면 비리를 떠올리게 되는 ‘방산비리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⑤ 오해=방사청의 무사안일주의 VS. 진실=창의적 의사 결정은 검찰 수사대상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 보도가 끼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 이후 방위사업청의 정책결정 과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기계적인 것이 되어 버렸고, 창의적인 업무 수행은 사라졌다. 그 공간을 무사안일주의,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채웠다.

    결국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으면 누구도 관여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각종 사업의 진행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성과가 미흡하더라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일차적으로 방산업체의 몫이었고, 나아가 세금을 낸 국민과 안보를 책임진 군이 오롯이 떠 앉게 됐다.

    그 결과, 방산업체들이 방사청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 건수는 124건으로 전년(98건) 대비 26.5% 증가했다. 새로 접수되는 소송 건수도 2014년 37건에서 2015년 62건, 작년에는 72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방산업체 고위관계자는 “유일한 고객인 국가를 상대로 업체의 소송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업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전했다.

    방산업체들은 해외 무기도입 사업의 비리가 방산비리로 오해되거나 무기개발 및 생산 과정에서의 시행착오 및 결함들이 모두 비리로 인식되는데 대해서 상당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산업체와 관련된 사소한 비리들도 일부 있었기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말도 못하고 모진 세월을 견뎌왔다.

    ⑥ 오해=방산비리 수사 지속 필요 VS. 진실=‘부당한 낙인’ 벗겨야 방산 선진국 진입

    이제 더 이상 ‘잘못된 프레임’이 무차별적인 잣대로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높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는 방위사업 분야의 비리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고, 방위산업 종사자들도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다는 것이다.

    방위산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방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하거나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부의 사소한 일탈을 전체의 비리인양 매도하기보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소임을 다하는 방위산업 역군들의 값진 땀이 결실을 맺도록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방위산업이 ‘비리 온상’이라는 부당한 낙인에서 벗어날 때 세계 방산시장에서 한국산 무기가 명품으로 각광 받는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금년 들어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점차 문제를 인식하면서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관하는 업체와 정부 간 ‘상생협력 간담회’도 열리고 있다.

    ⑦ 오해=평화시대 도래로 방산 쇠락 VS. 진실=잘못된 프레임과 제도 개선하면 도약 가능

    이런 시점에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이 방산비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혀줄 책을 최근 펴냈다. “황금알을 낳는 최첨단 방위산업, 삼성은 왜 포기했나”라는 제목의 책에서 그는 방산비리의 오명을 뒤집어 쓴 채 남북 협력시대를 맞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해법은 어디에 있는지 밝히고 있다.

    그는 “방위산업 초창기에 만들어진 제도가 국산무기를 수출하는 단계로 발전한 현재 상황에 맞도록 개선되지 않아 규제로 작용하는데다, 방산원가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지키기 어려운 규정과 제도를 적용해 억울하게 방산비리 누명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한다.

    결과적으로 잘못 형성된 ‘비리 프레임’과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국내 방산업체들이 비리업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고, 국민들과 정치권은 국방비 증액에 거부 반응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방산업계 전체의 문제의식과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