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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지상무기를 파는 법
    • 작성일2019/03/21 09:19
    • 조회 365

    [매일경제]    

    2019.03.20 

     

    * 아래는 실제 영업사원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이름과 회사명을 비롯한 개인정보는 밝히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무기 수출 업무를 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무기는 자주포인데, 자주포란 자력으로 주행이 가능한 화포체계를 통칭해 부르는 표현이다. 우리가 흔히 탱크나 대포라고 부르는 전차와 헷갈릴 수 있는데 전차는 수 ㎞ 이내의 적을 보고 움직이면서 쏘는 무기이고, 자주포는 수십 ㎞ 떨어진 후방에서 대량 화력 지원을 하는 무기다. 우리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주포의 경우 40㎞의 사거리를 달성했으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기습공격을 자행한 북한에 맞서 반격을 수행하면서 유명해졌다. 미사일을 쉽사리 쏠 수 없는 한반도 환경에서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화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무기 시장은 선진국의 영역이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과거는 물론 현재도 강대국이 무기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자국 시장 규모 때문이기도 하고, 국제관계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무기는 가급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에만 팔 수 있다. 구소련이 동구권 국가에 무기를 팔아왔던 것이나 미국이 영어권 국가 혹은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에 무기를 많이 판매해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무기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계속 성장한다면 무기 수출도 계속해서 늘어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공산품의 해외 영업 활동과는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해외사업부에서는 자주포 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전시회를 통한 홍보, 타기층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모션, 입찰 참가 등을 진행한다. 자주포의 경우 성능 및 가격이 어느 정도 공개되어 있고 여기에 각 국가가 요구하는 옵션을 반영한다. 이때 정부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부스비를 지원받기도 하고, 현지 데모를 위해 장비를 빌리기도 한다. 현지인 네트워크 파악을 위해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미 말했듯 방위사업의 수출은 국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민·관·군이 한 몸이 되어 일하고 있다.

     

    최근 자주포 수출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지만 그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2001년 터키에 수출한 이후 2014년 폴란드에 수출하기까지 오랜 공백기가 있었다. 터키가 추가 구매를 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고객 발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수요로 인해 꾸준히 양산했기 때문에 생산조직과 판매조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수출실적은 없었지만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입찰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축적된 노력이 있었기에 2017년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에 자주포를 수출할 수 있었다. 사실 해외시장에서 꾸준한 매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내시장에서 기본적인 매출을 내고 해외시장은 스폿성 매출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 부분은 있다. 무기의 경우 대부분 후속 사업이 있고 유지보수 등의 규모가 크다. 국산 자주포가 2000년 초반에 개발이 완료되었는데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18년째 판매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주포의 경우 체계 개발 장비라서 비용과 시간, 기술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데 현대전 양상이 바뀌면서 미사일이나 유도장비, 정밀타격 쪽 투자는 늘어나면서 지상 장비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가격과 성능, 실전 경험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사겠다는 고객만 있으면 언제든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일과는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5시 30분에 마친다.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잘 준수해야 한다. 수출국가와의 시차가 있는데 요즘은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는 응대할 수 있다. 출장은 사람마다 다른데 통상 2~3달에 한 번꼴로 간다. 전시회 참가, 사업 협의, 프로젝트 현안 미팅 등의 주요한 목적이다. 자주포의 경우 아직 내수 비중이 높아 내수와 수출 비율이 대략 80대20 정도 된다. 

     

    내가 속한 해외사업부의 경우 직원이 총 16명인데 이 중 여성은 2명이다. 구성원의 전공은 기계공학이 많고 전자공학, 경영학과, 외국어 전공자들이 포진해 있다. 해외 영업이기 때문에 영어는 기본이고 프랑스어나 아랍어 등 제2외국어를 할 수 있으면 좋다. 기존 판매 국가 리스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장이 다원화·세분화되어 있다. 마케팅 조직은 따로 없는데 영업상품기획 조직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국산 무기를 해외에 수출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애국심도 투철하지 않나 싶다. 인센티브의 경우 인사고과에 따라 결정된다. 영업목표치가 있지만 그것을 달성한다고 해서 별도의 개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개인의 활동으로 영업실적이 달성되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기 영업은 아직 시장이 작고, 관련 종사자 수도 적다. 당연히 이직도 잘 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보면 다 같은 무기로 보이겠지만 무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직이 쉽지 않다. 가령 자주포를 팔던 사람이 전투기를 파는 것이 쉽지 않다. 부서 간 이동도 많지 않은 편이다. 국내와 해외의 획득 방법과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사업부 간 이동이 쉽지 않으며 영업부서에서 연구기획이나 사업기획 부서로 이동한다든지, 반대로 다른 부서에서 영업부서로 오는 경우도 가능하긴 하지만 드물다. 그래도 무기를 해외로 수출한다는 것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방위사업의 속성상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직업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무기 수출을 위해서는 방위사업관리법, 보안법 등을 잘 이해하고 따라야 한다. 수출하는 모든 품목은 방위사업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규제 자체가 엄격하고, 보안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는다. 국방과학연구소나 방위사업청을 정기적으로 접촉해 정부와 관련한 행사가 많은 편이다. 나머지는 일반적인 수출기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10년 이상 세일즈·마케팅 업무에 종사했으며 현재 글로벌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불식하고 그 전문성을 알리고자 합니다

     

    - 김진환 외국계 기업 세일즈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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