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퍼스트 무버 되려면…실패를 용인해야"
- 작성일2019/04/0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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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9.04.08
"한국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해주는 연구개발(R&D) 문화가 절실합니다."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지난달 제28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를 마친 후 최근 이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패스트 폴로어(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공만 좇는 R&D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국민보고대회 준비를 위해 매일경제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차 학장은 "삼성은 과거 선진국 추격형이었지만 이제 베낄 것이 없는 선도형 기업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향하면서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가 필요하고, 누구도 해보지 않은 분야에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학장은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소인 고등계획연구국(DARPA)의 R&D 시스템을 좋은 R&D 문화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DARPA 과제를 하는 사람들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스탠퍼드대 등의 최고 인재들이었다"며 "돈과 상관없이 진행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계속해서 R&D를 하는 모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DARPA는 특정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과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고를 낸 뒤 경쟁을 통해 연구진을 선발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DARPA는 재난·재해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기술대회를 개최하고 연구비와 상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로봇 기술이 2~3단계 뛰어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덕분에 국방부뿐 아니라 국토안보부, 백악관 국가정보국장실, 에너지부, 교육부 등 미국의 다수 정부 부처와 구글 등 민간기업이 DARPA 모델을 도입했다.
차 학장은 "DARPA 모델은 항상 추격자였던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플랫폼"이라며 "현재 정부 R&D의 상당수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만큼 혁신을 위해서는 이 같은 제도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학장은 마지막으로 "DARPA 모델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기술이 민간으로 이양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 경제와 고용을 창출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ARPA 모델은 땅속에서 사용 가능한 GPS나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양자정보 처리 시스템 개발처럼 '살상무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GPS를 비롯해 스텔스 기술 등을 이끌어냈다. 여기서 파생된 기술이 인터넷이나 아이폰의 시리처럼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국헌 서울대 공과대학장
- 원호섭 기자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4/215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