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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산 수출 12배 늘었지만 후발주자 맹추격… 특단책 필요
    • 작성일2019/06/24 09:50
    • 조회 465

    세계일보]    

    2019.06.23.

     


     

    국내 방위산업의 변화엔 고사성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제격이다.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6·25전쟁으로 기반시설이 파괴됐던 1950년대, 방위산업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우리나라는 미국의 군사원조가 없었다면 총탄 한 발조차 조달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방위산업은 자주포와 전차, 장갑차, 군함, 훈련기 등을 수출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이 방위산업 육성과 수출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K-9·T-50 등이 수출 주도

    우리나라의 방산수출 규모는 2000년대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실제로 2006년 2억5300만달러(약 3003억원)에 불과했던 방산수출액은 2017년 31억9000만달러(약 3조7865억원)로 12배 이상 늘어났다.

     


    K-9 자주포 

     

    방산수출 증가 추세를 이끈 ‘일등공신’은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다. 1999년부터 육군에 1000여대가 전력화된 K-9 자주포는 15초 동안 포탄 3발을 발사, 최대 40㎞ 떨어진 적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대당 가격이 37억여원으로 미국제 M-109A6 등 경쟁 기종보다 저렴한 데다 우수한 성능까지 갖추고 있어 세계 각국 군대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K-9 자주포는 터키(280대), 인도(100대), 핀란드(48대), 노르웨이(24대), 폴란드(120대), 에스토니아(12대)에 약 600대가 수출돼 성능을 인정받았다. 총 수출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고등훈련기는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2011년 이후 외국에 판매된 T-50 64대 중 40대가 필리핀(12대), 인도네시아(16대), 태국(12대)에 수출됐다. 공군 조종사 훈련은 물론 지상 공격도 가능해 국방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KAI가 생산하는 KT-1 초등훈련기도 터키와 인도네시아, 페루, 세네갈에 80여대가 수출됐다.

     


    경남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직원들이 국산 FA-50 경전투기를 조립하고 있다. KAI 제공 

     


    T-50 훈련기 

     


    KT-1 훈련기 

     

    국산 잠수함은 인도네시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로부터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다. 2011년 12월 1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하기로 계약한 이후 인도네시아와 맺은 두 번째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10억2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잠수함은 해군이 운용 중인 독일제 209급 잠수함(1200t급)을 개량한 것으로 승조원 40명을 태우고 중간기항 없이 1만해리(1만8520㎞) 항해가 가능하다.

     


    1400t급 잠수함 

     

    ◆ 후발주자 ‘맹추격’… 정부 정책 지원 절실

    국내 방위산업체가 생산한 무기들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며 수출길에 오르고 있지만, 현재의 성장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터키 등 방위산업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은 선진국에서 무기를 구매하면서 해당 무기의 자국 내 생산과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하면,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의 무기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해외 시장에 출시한다. 어제의 고객이 오늘의 경쟁자로 바뀌는 셈이다.

     


    K-2 전차 

     

    일례로 터키는 우리나라에서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구매하면서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알타이(Altay) 전차와 퍼티나(Firtina) 자주포를 개발,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방산업체들도 수주를 노리는 곳이다.

     

    1990년대 러시아에서 전투기와 구축함, 잠수함을 도입했던 중국은 “미국제 F-16 전투기 한 대 값이면 동급의 중국제 전투기 10대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기 수요는 제한되어 있는데 판매자가 늘어난다면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들과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선진국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내 방산업계는 해외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기술개발’과 ‘맞춤형 수출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산 무기의 품질을 높이고, 구매 국가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무기와 기술을 도입한 국가는 미래에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기존 무기를 외국에 판매한 뒤 신속하게 신(新)기술 개발에 착수해 질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방산수출 촉진을 위해 방위사업청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인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 확대 등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수찬 기자 -

    http://www.segye.com/newsView/201906185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