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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사 한달 예약 0건
    • 작성일2020/03/06 17:59
    • 조회 326

    [조선일보]

    2020.03.06


    [코로나 악재에 여행사 93곳 폐업]

    1200곳 지원 요청, 메르스의 4배… 업계 1위 하나투어도 -85%
    "여름 여행 문의까지 씨가 말라"


    "취소할 예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울 영등포에서 30년 가까이 직원 3명과 소규모 여행사를 운영해 온 김모(62)씨는 5일 "지난달 매출이 0원"이라고 했다. 김씨 여행사에는 한 달 넘도록 전화 상담 문의조차 오지 않고 있다. 3주 전부턴 두 명씩 조(組)를 나눠 격주로 출근하며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김씨는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사태를 다 겪어 봤지만 우한 코로나가 가장 혹독하다"며 "여름 여행 문의도 없는 걸 보니 1~2개월 안에 끝날 싸움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여행업계가 공멸(共滅)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반일(反日) 불매 운동, 홍콩 반중(反中) 시위로 일본·홍콩 여행 상품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우한 코로나'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진원지인 중국뿐 아니라 타 지역 여행 수요도 모두 얼어붙었다. 중소 여행사는 물론이고, 업계 1·2위인 하나투어·모두투어도 존망의 위기에 내몰렸다.

    ◇휴업 지원금 신청, 메르스 때 4배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경영난으로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업을 하면, 정부가 직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는 모두 1256곳에 달한다. 전체 신청 건수(4408건)의 28.5%가 여행사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297개 여행사가 신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4.2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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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성 마르코 광장… 전세계 여행업계 줄도산 공포 -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명 관광지 성 마르코 광장이 텅 비어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며 전 세계 여행 산업이 동반 침체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여행사들도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5일까지 여행사 93곳이 폐업했다. /AP 연합뉴스

    하나투어의 지난달 해외 여행객은 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8% 급감했고, 모두투어의 지난달 해외 여행객 역시 77% 줄었다. 중국은 물론 일본·동남아 지역도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실적이 꺾였다. 여기에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에 나선 국가가 크게 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완전히 말라붙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영등포의 여행사 김씨는 "사스·메르스가 터졌을 때에도 '다음 계절'에 떠날 여행 상품 예약은 꾸준히 들어왔었다"며 "지금은 여름·가을 상품 판매도 완전히 끊겼다"고 했다. 인터넷 여행 카페에는 '올 10월 유럽 여행을 취소했다' '겨울 미국 여행도 포기했다'는 식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사실상 여행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여행업 종사자 10만여 명의 고용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 여행도 패닉





    이번 위기는 한국인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뿐 아니라, 한국인의 국내 여행(인트라바운드), 외국인의 한국 여행(인바운드)까지 여행업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8일 동안 제주 여행사 230곳이 171억원 규모 '제주관광진흥기금 특별융자 및 상환유예' 신청에 나섰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 관련 산업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도는 말 그대로 공황 상태”라며 “하루 평균 70여개 관광 관련 업체가 100억원 넘는 대출·상환유예 신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행업협회 여행정보센터에 따르면 우한 코로나 사태가 확산한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5일까지 폐업 처리된 여행사는 93곳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폐업에도 세금 정산 등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폐업 행렬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는 정부에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관광업 전체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휴업 중 직업 훈련, 생활안정자금 융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여행업은 관광·숙박·음식·교통·문화·쇼핑 등과 긴밀히 연결된 서비스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정부의 특단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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