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전 세계 방위산업에 칼바람 분다
- 작성일2020/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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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2020.04.16
아빠 찾아 우주로 여행을 떠난 ‘원더키디’의 2020년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계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경제와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된 2020년을 기대했다. 하지만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1세기 세계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파멸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4월 16일 현재 전 세계 200만 명이 감염되고 12만 명이 사망한 코로나19는 막대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미국은 순식간에 신규 실업자가 1000만 명이 발생했고, 세계 증시 시가총액이 불과 한 달 동안 3경 2000조 원이 증발했다. 이러한 경제적 파국으로 인해 웬만한 뉴스는 이제 사람들의 관심거리도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인류가 대위기에 빠졌다.
국방과 방위 산업 분야 역시 코로나19 여파로부터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각종 군사 훈련과 방위 산업 계약이 취소되고 있다. 가령 인도는 드루브(Dhruv) 헬리콥터와 LCA 테야스(Tejas) 경전투기 생산이 록다운 여파로 생산 지연되고 있으며, 미얀마에 공급하기로 한 잠수함 생산도 지연될 예정이다.
우리 방위산업 역시 타격이 크다. 우선 EU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조사를 중단함에 따라 자금 조달 문제 등 불안요소가 더욱 커졌다. 태국은 KAI와 추진 중이던 T-50TH 2대 추가 구매 사업을 연기했다.
훈련 역시 대부분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우리 해병대는 매년 2월경 태국에서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코브라 골드(Cobra Gold)’ 훈련에 당초 400명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지만, 올해는 30명으로 축소했다. 인도 육군 역시 밀란(MILAN) 2020 훈련을 포함한 모든 워게임, 훈련, 컨퍼런스를 잠정 중단했다. 싱가폴 국방부도 병영 캠프 내 필수훈련(ICT)를 연기했다.
미국 해군은 태평양에 배치된 4척의 항모에서 모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 중에서도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은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함장이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가 경질되기도 했다. 프랑스의 유일한 항공모함인 샤를 드 골(Charles de Gaulle)에서도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위산업 전반에 예산 삭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군사 산업 시장분석 업체인 IHS Jane’s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이 평균 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3년 동안 평균 5% 증가하는 것이라는 예측과 비교하면 결국 10% 가까운 예산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당장 우리 정부만 봐도 국방 예산 축소 움직임이 뚜렷하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및 각종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체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지난 해 7000억 원이 쓰인 군사용 유류비를 유가 하락에 비례해서 삭감하고, 연기 및 취소된 예비군훈련비 1700억 원을 조정하는 방안이 우선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 2차 내지는 3차 추경예산이 편성될 수 있어, 50조 원이 넘는 2020년 국방예산은 물론 올해 편성될 2021년 국방예산도 삭감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삭감 도마에 오를까. 우선 약 16조 원에 달하는 방위력개선비를 철저하게 심사해 조정될 수 있다. 방위력 개선비는 현재 우리 군이 가진 능력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새로운 능력을 갖추기 위한 예산이다. 크게 전략 표적 타격,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압도적 대응능력의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이들 사업 중 그나마 생존이 유력한 부분은 국내서 연구개발 및 생산이 이뤄지는 항목들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보건 예산만큼 자국의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삭감이 쉽지 않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은 대구경북 지역에 생산 기반이 있는 현무, 해성, 철매 등의 미사일 성능개량 사업이 예산 삭감의 칼날을 무사히 비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항공사와 조선업계를 배려하기 위해 보라매사업(KF-X), 중고도 무인기(MUAV) 및 장보고-III 잠수함 관련 예산도 삭감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해외도입이 결정된 사업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무역 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외화 유출도 문제지만, 도입이 연기될 경우 국내 자체 개발을 추진할 만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현재 해외에서 도입하기로 결정된 해상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패트리어트 성능개량 및 PAC-3 2차 사업, CH-47 성능개량 사업들은 조정 및 지연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약 33조 원에 달하는 전력운영비 역시 대규모 삭감은 어렵지만 항목별로 논란이 될 만한 부분들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및 중국을 비롯한 가상적국까지 국방예산을 대폭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타격 및 미사일 방어, 잠수함 및 해군력을 제외한 재래식 장비와 소부대 전투, 일명 ‘창끝전투력’ 향상을 위한 예산은 효용성 면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한국 국방연구원(KIDA)는 개발 예산 심사 및 사업 타당성 조정을 할 때 워게임, 전투효과도 분석 등 예산 투입 후 효과를 정량화해서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의 경우 재래식 장비나 소형 무기체계일수록 대체로 효용성이 대체로 낮게 평가된다. 가령 차륜형 대공포의 경우 북한의 전투기가 우리 아군의 방공망을 뚫고 얼마나 위협적일지, 혹은 북한이 자폭형 드론을 얼마나 어느 정도로 운용할 것인지 등을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효용성을 보다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4·15 총선이 끝난 직후 당장 21대 국회와 정부가 국방예산까지 챙길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이 지지부진한 만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예산 배정에 대한 논쟁이 국회는 물론 행정부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방 예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전쟁이 났을 때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우리 군 장병들에게 아무리 비싸더라도 세계 최고의 무기를 쥐어주는 것은 마땅한 도리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국방부가 나라를 지키는 것은 물론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서 최적의 성능과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